어쩌면 이건 편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 아이와 나의 관계를 생각했을 때, 친구였을지 아니면 스쳐지나간 바람과도 같았는지 의문으로 끝이 난다. 처음 만난건 중학교 때였다.같은 반이었지만,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사실 친해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반에서 겉돌던 아이였고, 그 아이는 나름 친구들과 잘 어울렸기 때문이었다.
나는 초등학교 때, 지독한 따돌림을 당해서 친구를 사귀거나 마음을 보여주는 데 서툴렀다. 무언가를 잘하고 싶었지만,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사실 세상살이 잘 되는 거 하나도 없지만, 친구를 사귀는 거 정도는 쉬운 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건 여전히 욕심과도 같았는지, 그 아이와 친해지는 건 잘 되지 못하였다.
반에서 겉돌던 나에게 그 아이는 나름 친하게 지내고 싶은 신호를 보내왔다. 먼저 말을 건다던지, 문자를 보낸다던지
나 또한 친해지고 싶어서 얼굴만큼 큰 막대 사탕을 가지고 온 적이 있다. 아무렇지 않게 받아서 함께 먹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무엇을 말해야 할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아무것도 갈피를 잡지 못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수첩에다 그저 내 말만 적고 적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수첩은 반에서 어느 순간 사라져 버렸다. 그 아이의 손에 수첩이 있었고, 달려가서 잡으려 했지만, 끝내는 못 잡았던 걸로 기억한다.
반 아이들은 내 수첩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글을 잘 쓴다고 하였고, 재미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건 반 아이들 한테 듣고 싶은 말은 아니었다. 글을 잘 쓴다는 말에 조금은 으쓱하긴 했지만,그 글들을 넘어서 누군가에게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걸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나 자신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나와 그 아이는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말이 같은 고등학교이지, 함께 말을 주고받은 적이 별로 없었다. 기껏 해봤자 학교 축제 때 함께 춤을 추자는 문자 정도 받았다.
나는 그 문자에 긍정했지만, 나중에는 함께 학교 축제 때 춤을 추지 못하였다. 그 약속은 그저 문자로만 남고 사라져 버렸다.
그 아이는 내가 혼자 있을 때,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 하지만 나는 무슨 말을 건네어야 할지 그리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잘 몰랐다.
너무 멀고 멀었다.
그 아이는 나와 친구가 되고 싶었는지 잘 모르겠다.
우리는 졸업을 하였고, 다시는 만나지 못하였다. 아니 다시 만난 적이 있나?
중, 고등학교 동창들은 대부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한 동네를 벗어나는 경우는 없었다.
길을 가다 우연히 그 아이를 만난 거 같았다. 아버지와 함께 어딘가를 가는 거 같았다.
그 아이는 나를 힐끗 쳐다본 거 같았다. 나는 순간 그 아이를 돌아보았는데, 잡아서 이름을 부르기에는 너무 멀리 가 있었다.
우리가 함께 했던 공간 속 그 시간에서 너와 나는 무슨 사이였을까?너는 나와 친구가 되고 싶었던 걸까?
타이밍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난다. 우리는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한 반에 모든 아이들과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어떤 글을 봤던 거 같다. 사실 우리는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때 너와 내가 겪었던 일들은 그저 흘러가버린 추억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결국 친구가 되지 못하였다. 하지만 우리가 다음에 마주치게 된다면 그때는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까?
'잘 지냈어?나는 잘 지냈어. 그때의 나 보다는 조금 용감해졌고, 밝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친구 사귀기가 너무 어려웠고, 잘 지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어.그래서 나는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참 어려웠다.
그 때의 너는 순수하게 나를 있는 그대로 좋아했는지는 모르겠지만,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줘서 고마웠다.
우리는 서로 엇갈려 버렸지만, 서로가 없는 각자의 길에서 행복하게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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