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요즘 잘 지낸다고 하지만 거짓말이야. 잘 지내지 못해.
무엇하나 열심히 해야 하고, 잘하지 않으면 내가 너무 못나 보여.
시국이 이런 때일수록 스스로 자책하지 말고 뭘 하고 싶은지,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알아야 하는데. 사실 돈이 너무 신경이 쓰여.
이러면 안되지만 세상이 가격표로 보여.
이거 아끼면 나중에 과자 하나 더 먹을 수 있는데,
이거 하나 아끼면 공책 더 안 사도 되는데. 이거 꼭 필요할까?
그냥 집에 있는 거 하나 쓰면 되는 거 아닌가?
아끼고 아꼈다가 정말 나중에 사면되는 거 아닐까?
돈이라는 건 가치 있는 일에 쓸 때, 빛이 나는 법인데,
나는 그 가치 있는 일이란 게
나를 포함시켜도 되는지 의문스럽다.
너무 당연하게 너를 먼저 생각해도 괜찮아 라고 말할 수 있다 해도.
아직 내가 무엇이 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더더욱 어쩔 수가 없는 거 같다.
나는 어제 내가 싫다고 말하면서 울어버렸거든.
뭘 하고 있기는 한 거 같은데,
그런 건 눈에 잘 보이지 않아서 그런가봐.
그래도 나는 잘 지낸다고 말하고 있어.
우울이란 건 전염이 되기 쉬워서 사실 감추고 있는 건지도 몰라.
그래서 글을 쓰고 있어.
아무 글이나.
누구는 아무 노래나 틀라고 하는데,
나는 그냥 글을 쓸래.
사실 글이라는 건 형체가 있는 데다 얼마나 썼는지 보여지잖아..
글이라는 건 언제든 수정을 할 수 있는 데다,,
실수를 바로바로 찾아낼 수 있을 거 같아.
그래서 그냥 글을 쓰고 있어.
이 글들이 누군가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잘 모르겠어.
자신이 봤을 때는 그저 그럴듯하네 싶다가도
다른 사람이 읽으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정말 천차만별이잖아.
그래서 나는 글을 쓰게 되는 거 같아.
사실 목표가 있다면, 죽을 때까지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거.
우리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내지만,
짧아진 기분이야.
‘안녕’
‘뭐 먹었어?’
‘오늘 뭐해?’
‘밥 먹자’
‘자격증 공부하기 싫어.’
‘퇴사하고 싶다.’
‘시간 됨?’
이 편지들은 무언가 말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짤막하게 추려내서 말하는 거 같아.
사실 우리는 현재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으면서 멀어지는 기분이야.
누군가에게 편지를 특별한 날이나 기념일이나 보내게 될 거야.
그리고 글을 쓰게 되겠지.
나는 그 안에 다양한 이야기와 마음을 담아 보내고 싶어.
잘 지내길 바람이야.
언제나 편지를 할 게
그러니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낸다고
넌지시 말하면서
사실 이런 일 때문에 힘이 들었어라 말하고,
너의 이야기를 말해줘.
긴 글이 머쓱할 수 있지만,
풀어내고 나면 이상하게 마음이 새로워진 기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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