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김보라
러닝타임 : 138분
2019.08.29
개봉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넷팩상/관객상,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 선택상/집행위원회 특별상
제69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제18회 트라이베카국제영화제,
제45회 시애틀국제영화제 등 전 세계 유수 영화제
이 어마무시한 기록을 달성한 영화 벌새!!
2019년에 영화관에서 대문짝만 하게 포스터가 걸리고 수많은 리뷰가 오갔지만 보지 못하였다.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2019년이면 인생살이 힘들었던 시절이었던 거 같기도..)
사람들의 입소문이라는 건 무시못할 일이기에
볼까 말까 하다가 결국은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2019년 영화관에서 보지 못했던 걸
후회하게 되었다.
1994년 중학생인 은희의 세상은 이렇다.
학교에서 서울대를 가야 한다며 구호를 외치고,
노는 애라 생각되는 애가 있면, 종이에 이름이 적힌다.
남자 친구가 있으며, 남자 친구가
머리를 만져주는 걸 좋아한다.
단짝 친구와 가끔씩 콜라텍에 가서 춤을 추고
담배를 피우곤 한다.
떡집일로 항상 바쁜 부모님
남자친구를 집에서 몰래 데리고 오는 언니
죽기 전까지 때리는 오빠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이 은희라는 소녀 앞에
학원에 새로 온 '영지'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1994년 10월 21일이 왔다.
학창 시절을 지나온 사람들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학교라는 사회는 그리 재미만 있는 건 아니라고
은희는 영화 초반 영어시간에 영어책을 잘 읽지 못하고
날라리로 한 번 종이에 지명된 적이 있기에
아이들 사이에서 소외된 느낌이다.
그렇지만 학원에서 함께 다니는 친구가 있고,
친구와 학원 선생의 뒷담을 할 때면
또래 아이들의 순수한 표정을 짓는다.
한 반에서 무리지어 다니는 아이들의 뒷담화
서울대를 가야 한다는 구호를 외치는 학교
누군가의 이름을 종이에 써야 하는 분위기
학창 시절에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고
들어봤고,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노래방 가지 않고 서울대 간다!
구호를 외치는 선생님 말에
혼자서 빵 터져서 웃어버렸다.
그놈의 '공부'에 대해 노력해야 하고 또 해야 한다는
시대를 불문하고 아이들에게 계속해서
주입되는 무언가의 억압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절에 느낄 수 있었던 첫사랑의 풋풋함도 덤이다.
은희와 은희의 남자친구
서로 바라만 봐도 수줍수줍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할까?
첫 키스 후에 낭만적인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는 걸
가감 없이 보여줘서 오.... 싶었다. ㅋㅋㅋㅋ
지나간 시절 느꼈던 그날의 분위기 같은
그런 향수 같은 느낌이 있었다.
좋았던 기억이던 싫었던 기억이던
결국은 지나온 과정에서 느낄 수 있었던
그런 슬프지만 결국은 지나왔기에
지금은 아무렇지 않았을 그런 마음이 들었다.
이 말은 비단 은희에게 속하는 말은 아닐 거다.
하지만 은희의 세상은 중학생 소녀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리 친절하지 않다.
막내딸이긴 하지만 떡집을 하는 부모님을 도와
대목을 맞는 날은 손이 부르트도록 일을 한다.
친구와 함께 문구점에 있는 물건을 훔치는 걸
주인에게 걸려 혼이 나는 와중에
친구는 은희를 배신하게 된다.
남자 친구와의 관계도 그리 평탄하지 못한다.
바람을 피우지 않나
남자친구 엄마한테
얘가 그 방앗간 집 딸이니?
라는 간접적으로 무시당하는 말을 알게 된다.
심지어 이 날은 사귄 지 100일인가 200일인가 된 날
은희가 직접 테이프에 노래를 녹음해서
선물을 주려고 한 날이다!
친하게 지내고 은희의 병문안까지 온 후배는
여름방학이 지나자마자
어이가 없을 정도로 무시를 당하게 된다.
"그때는 여름방학이었잖아요."
새 학기 시작하면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타입이 유형이었나...
너무 감정을 이입해서 봐서 그런가
후배의 어이가 없었다.
지나고 나면 알게 되는 거지만
정말 세상살이 내 맘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다.
이런 은희에게 담담하지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사람이 바로
영지 선생님이다.
相識滿天下 知心能機人
상식 만천하 지심능기인
서로 얼굴을 아는 사람은 세상에 가득하지만
마음까지 아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난 내가 싫어질 때, 그 마음을 들여다봐.
아 내가 지금 나를 사랑할 수 없구나.
힘들고 우울할 땐 손가락을 펴 봐.
그리고 움직이는 거야.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손가락은 신기하게도 움직여져.
은희야. 너 이제 맞지 마. 누가 널 때리면,
어떻게든 맞서 싸워. 알았지?
함부로 동정할 수 없어.
알 수 없잖아.
영화에서 정말 수많은 명대사를 남기신
영지 선생님!
만화가 좋다는 은희의 말에
자신도 그렇다 담담하게 말하고
서로 싸워서 어색한 은희와 친구 앞에서 '잘린 손가락'을 부르며
어색한 공간의 분위기를 메우는 묘한 매력을 가지신 사람이다.
은희에게 우롱차를 건네며
은희의 외로움과 슬픔을 차분하게 들어주는 그 모습에
'어른'의 모습이 있다면 저런 어른이 되고 싶을 정도로 멋있었다.
은희는 영지를 만나게 되면서 자신을 표현하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학원을 그만둔 영지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게 한 원장 선생님께 따지기도 하고,
자신을 이상한 아이라 말하며
가족들이 뭐라 하는 소리에 나는 이상한 아이가 아니라며 소리친다.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서
우리는 또 다른 세계를 보게 되고 성장하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잊혀가는 기억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끔찍한 기억
누군가에게는 없는 기억
1994년 10월 21일은
어느 누군가들에게 그런 기억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고
내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있을 수 있는 일일 것이다.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스포일러이겠지만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 붕괴사건
우리는 한 순간에 소중한 사람을 잃을 수 있다는 점
사고는 그 누구를 빗겨나가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사고는
언제나 발생하고 있고, 계속해서 우리의 삶에 있고
다시는 발생하기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
우리 사회는 개인의 상실과 슬픔을 회자할 때
어떻게 이야기부터 먼저 하게 될까?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여름이 생각이 날 거 같다.
초록이 무성하고 덥고 그러한 나날들
덥고 힘들지만 지나고 나면
그것들이 나중에 경험이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었다고.
그렇게 받아들이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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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삶은 계속되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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