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캐모마일과 물 소유권 주장

관악구 토박이 2020. 8. 7.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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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따뜻한 차를 마시기 위해 물을 끓였다. 

어제는 밤에 잠을 설쳤다.

 

소란스럽게 비가 오는 밤이 익숙해서였는지, 아니면 생각이 많아져서 였는지잘 모르겠다. 

 

아무튼 잠을 잘 자지 못하였다.하필이면 일찍 일어나기로 다짐한 날이었기에 요란스러운 알람벨 소리를 껐다.

 

하루 종일 해야 할 일을 꾸역꾸역 하고 나니 몽롱한 오후가 지나 저녁이었다.

 

그런데 피곤은 하지만, 잠은 몽땅 달아나버렸다. 찬장에 있는 말라비틀어진 찻잎들 중에 그나마 유용한 거 하나는 찾았다. 

 

'캐모마일'

 

나는 노란색 물약이라고 하는데,잠 오는데 나름 특효약이다. 차갑게 먹는 거보다 따뜻하게 먹는 게 효과가 좋았다. 진정효과가 있다고 어디서 읽은 것도 같다. 

 

포트기에 물 잔뜩 끓이고 건조하기 짝이 없는 캐모마일이 들어가 있는 봉지를 열었을 때 엄마가 자신의 컵에다 물을 붓고 있었다.

 

"물 많은 거 같으니까 붓는다."

 

"그 물 내가 먼저 끓였잖아."

 

한밤중에 벌어진 물 소유권 분쟁이었다. 

 

결국 물 지분의 3분의 2는 엄마가 나는 그 나머지를 가지게 되었다. 

 

원하는 맛의 비율이 안 나서 물을 더 부어서 먹었는데, 그 와중에 쓸데없이 먹기 딱 좋은 온도가 맞아 떨어진 데다 맛도 좋았다. 

 

물 100도씨 컵에 3분의 12분 우리고 생수 적당량으로 붓기

 

차 레시피 하나를 발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