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 비밀은 지독하게 숨었다 밝혀진다. (비밀의 숲 시즌 1)

비밀의 숲
제작 : 안길호
극본 : 이수연
방영시기
2017년 6월 10일 ~ 2017년 7월 30일
방송 분량 : 1시간 20분
출연자
조승우, 배두나, 이준혁, 유재명, 신혜선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음)
친구가 8월 15일 날 시즌 2를 한다고 하기에
부랴부랴 몰아서 봤다.
나는 왜 좋은 드라마를 뒤늦게 봐서 뒷북을 치는 거 같다.. ㅠㅜ
무려 조승우와 배두나!
이 두명의 배우가 만들어 내는 최고의 호흡이 정말이지...
보통의 검찰과 경찰이 나오는 드라마는
거의 에피소드 형식으로 진행이 되는 데다 로맨스도 살짝 곁들여져서
흠... 그냥 수사물을 빙자한 로맨스 드라마 느낌도 나려나 싶었는데...
단 1도 나오지 않는다. ㅋㅋㅋ
오로지 수사! 수사! 수사만 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고분고투를 하는 주인공들만 있을 뿐!
하나의 사건을 가지고 진실을 파해치기 위해서
주인공들이 발로 뛰고 방법을 찾는다.
사건이 진행되면서 대체 범인은 누구이길래 이렇게
숨어 있는 거냐!
하면서 답답하면서도 긴장을 하면서 본 거 같다.
이야기의 시작

이 드라마는 살인사건에 휘말린 검사, 황시목의 이야기다.
처음엔 검찰 조직 내부의 비리에서 촉발된 것으로 보였던 사건은
범인의 의도도, 향방도 알 수 없는 미궁에 빠진다.
검사 시목은 감정을 잃어버리고
오직 이성으로만 세상을 보는 차가운 영혼으로,
법을 지키라고 만든 검찰이
법을 가장 많이 어기는 아이러니를 매일 목도한 인물.
이 아이러니를 끝내고자 했던 시목에게
첫 번째 주검은 그야말로 터닝포인트였다.
누군가 비리를 덮기 위해 살인을 했다면,
살인범을 잡는 게 곧 비리를 밝히는 일.
하지만 판을 뒤엎을 터닝포인트로 여겼던 첫 번째 죽음을 지나
두 번째 살인이 이어지자 시목의 심리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막아야 한다. 잡아야 한다.
문제는 희생자가 늘어날수록
주변 인물 모두가 살인 동기를 가진 용의자로
차례차례, 부각된다는 것.
범인은 누구일까, 검찰 내부의 적일까?
그를 노린 외부 누군가의 복수일까?
아니면 피에 굶주린 미치광이의 소행?
혼란과 첩첩의 용의자를 뚫고 시목은 어떻게 범인을 잡을 것인가?
-비밀의 숲 기획의도-
범인을 잡기 위한 검찰 그리고 경찰의 이야기

살인 용의자를 잡기위한
검사 황시목(조승우)와 경찰 한여진(배두나)의
고분고투가 이어지는 수사물이라 할 수 있다.
검찰과 경찰은 그 누구보다 정의롭고
올바른 일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걸 드라마에서 정말 적날하게 보여준다.
그중에서 정말 충격과 공포였던 건...
검찰 청장의 미성년자 성매매 현장 증거를 찾았을 때였다.
그 외에도
뇌물과 브로커를 이용하는 비리 검사 서동재(이준혁)
어딘가 의문스러운 처세술을 보여주는 서부지검 차장검사 이창준(유재명)
권력층의 비리와 밑 낯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나름의 사회고발 형태의 측면을 보여주다.
각자의 이해관계 그리고 사건

비밀의 숲은 한 사건에 대해
깊이 있게 파고드는 걸 보여준다.
마치 드라마 속 주인공들에게 이입해서
수사를 같이 진행하는 거처럼 함께하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한 사건만 가지고 깊이 있게 파고들기 때문에
사건이 진행될수록 점점
미궁에 빠지는 거처럼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나는 검사나 형사가 아닌데 왜 범인이 누군지
추리하고 있지?)
극의 흐름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면
다음화를 보는데 좀 헷갈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찰의 비리를 쫒는 일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는데
대표적인 캐릭터가 영은수(신혜선)이다.
아버지가 모함에 걸려들어 법무부 차관에 물러나게 되었는데,
이걸 밝히려고 조금 무리하게 얽혀 들어간다.
왜냐하면 시목이 수사하고 있는 게 바로 검찰 비리니까!
나름 검사로서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초년생 느낌이 나지만...
(뭔가 낄 데는 끼고 빠질 때는 빠지면 좋겠다는 느낌이....)
경찰에는 여진을 대놓고 무시하는 형사도 있는 데다
심지어 증거를 조작하기도 한다.
한 사건 해결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다양한 사람들의 인간군상과 이해관계가 아주 그냥 막 섞여버린다.
(이런 드라마는 꼭 집중해서 봐야 한다.)
결론

결론적으로 범인은 내부 안에 있었는 데다,
정말 강력한 범인이라 생각한 사람은
범인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지금 현실은 대다수의 보통사람은 그래도 안전할 거란 심리적 마지노선마저 붕괴된 후다.
사회 해체의 단계다.
19년. 검사로서 19년을 이 붕괴의 구멍이 바로 내 앞에서 무섭게 커가는 걸 지켜만 봤다.
설탕물 밖에 먹은 게 없다는 할머니가 내 앞에 끌려 온 적이 있다.
고물을 팔아 만든 3천 원이 전 재산인 사람을 절도죄로 구속한 날도 있다.
낮엔 그들을 구속하고 밤엔 밀실에 갔다.
그곳엔 말 몇 마디로 수천억을 빨아들이는 사람들이 있었고 난 그들이 법망에 걸리지 않게 지켜봤다.
그들이 지켜보지 않을 땐 정권마다 던져주는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받아 적고 이행했다.
우리 사회가 적당히 오염됐다면 난 외면했을 것이다.
모른 척할 정도로만 썩었다면 내 가진 걸 누리며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내 몸에서 삐걱 소리가 난다.
더 이상은 오래 묵은 책처럼 먼지만 먹고 있을 수 없다.
이 가방 안에 든 건 전부 내가 갖고 도망치다 빼앗긴 것이 돼야 한다.
장인의 등에 칼 꽂은 배신자의 유품이 아니라
끝까지 재벌 회장 그늘 아래 호의호식한 충직한 개한테서 검찰이 뺏은 거여야 한다.
그래야 강력한 물증으로써 효력과 신방성이 부여된다.
부정부채가 해악의 단계를 넘어 사람을 죽이고 있다.
기본이 수십수백의 목숨이다.
처음부터 칼을 뺏어야 했다. 첫 시작부터.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조차 칼을 들지 않으면 시스템 자체가 무너진다.
무너진 시스템을 복구시키는 건 시간도 아니요, 돈도 아니다.
파괴된 시스템을 복구시키는 건 사람의 피다. 수많은 사람의 피.
역사가 증명해준다고 하고 싶지만 피의 제물은 현재 진행형이다. 바꿔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이든 찾아 판을 뒤엎어야 한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미 치유 시기를 놓쳤다.
더 이상 침묵해선 안 된다. 누군가 날 대신해 오물을 치워줄 것이라 기다려선 안된다.
기다리고 침묵하면 온 사방이 곧 발 하나 디딜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다.
이제 입을 벌려 말하고 손을 들어 가리키고 장막을 치워 비밀을 드러내야 한다.
나의 이것이 시작이길 바란다.
(이창준 검사 유서)
드라마를 보면서 여러 사람이 죽는데
이창준 검사의 죽음은 마지막의 마지막을 장식한
비밀의 숲에 끝자락에 다다른 기분이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검찰과 경찰
그리고 우리는 현재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게 한다.
총점 : 8/10 (집중해서 봐야 하니까!)
총평 : 흔하디 흔한 권력형 범죄 수사에 동참하시겠습니까?